제가 처음으로 세레모니를 접했던 이유가 바로 배럴드 원두를 주문해 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세레모니는 BCS(Barrel Conditioned Series)를 꽤 여러차레 진행했었는데,
그중 저는 에티오피아로 시도했던 버번 배럴을 사용했던 #7을 주문했던 기억이 있는데 사실 맛이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같이 커피를 마셨던 회사 동료의 말을 잊을 수가 없었네요.
“이거.. 업무 시간에 마시면 안될 것 같은 맛이에요”
신기하게도 식어갈수록 강하게 올라오던 버번의 향이 인상적이었던 커피였습니다.
BCS 시리즈중 평이 가장 좋았던 Maxico Santa Teresa 배럴드가 블랜딩 되었던 2013년의 세레모니 할리데이는 사실 제가 마신 세레모니 할리데이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맛난 놈이기도 했구요.
이후, 워터애비뉴에서 Pinot Noir 배럴을 사용했던 엘살바도르를 마셔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버번 배럴과 다른 피노 느와르 배럴의 향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맛이 너무나 강렬해서 신기하기는 하지만 호불호가 상당히 심했던 원두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강렬한 청포도 맛과 나무향이 묘하게 섞여서 와인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게는 정말 맛난 커피였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는 몇 모금 마시기도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에콰도르를 주문하면서 고스트타운에 배럴드가 있길래 딱 1봉 주문해 봤습니다.
 
베이스가 되는 커피는 정확히 농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콜롬비아 원두라고 하네요.
배럴은 근처 버번 증류소( http://williesdistillery.com/ )의 화이트 오크통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일단 이 배럴드는 오래전 맛보았던 세레모니의 에티오피아와 비슷한 향으로 다가옵니다.
아무래도 둘다 버번 배럴을 이용한 것이라 비슷한 느낌이겠지요.
같이 열었던 에콰도르의 향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질 정도로 강하게 다가오는 향이네요.
그리고 그 강렬한 향만큼이나 강하게 맛에도 그 버번의 향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배럴의 향은 식으면 식을수록 맛 속에 짙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약간은 쌉쌀한 느낌이 돌기도 하지만, 워터 애비뉴의 피노 느와르에서 느꼈던 다소 과했던 나무의 느낌은 없네요.
원두가 원래 가진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약재의 단맛이 같이 배어 있고, 다른 맛에 묻혀있지만 오디의 느낌도 살짝씩 튀어나오네요. 좀 진하게 내려서 얼음 넣고 아이스로 마시면 어쩐지 술한잔 하는 것같은 기분내기 좋은 커피인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세레모니나 워터애비뉴의 배럴드원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느낌의 얌전하지만 그래도 분명히 배럴드임을 보여주는 원두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