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용품들이 모두 준비된 것이 지난 토요일 밤이었던 듯 합니다.

일요일 가족 나들이를 마치고 저녁을 먹고 늦은 시간에 드디어 첫 로스팅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실내에서 도시가스 이외의 가스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언제나 약간의 두려움이 생기는 듯 하더라구요.
그나마 실내에서 사용에 부담이 없는 길쭉이 부탄이지만, 4개를 연결해서 쓰다 보니 같이 구매한 가스누출 스프레이를 마구 뿌려가며 로스팅에 들어갔습니다.

 

수많은 실패들…

1. 온도 센서의 실패

우선 저를 실패로 이끈 것은 온도센서였습니다.
분명히 전날 정상여부를 다 확인했는데, 아마 전선작업할때 나사가 느슨하게 조여졌던게 문제인지 센서 하나가 값이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예열을 하려고 이미 가스에 불을 붙인 상태에서 부랴부랴 문제가 있는 센서를 다시 작업하고 로스팅에 들어갔습니다.

2. 화력 조절의 어려움

부탄 4개를 사용하다 보니 화력은 상당히 좋은데, 문제는 어느 정도의 화력이 필요한지 종잡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거의 최대치에 가깝게 화력을 키우고 로스팅을 시작했습니다. 예열 적정 온도에 이르러서 원두를 투입하고 로스팅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투입한 원두량에 비해 화력이 다소 강했는지 수분 제거 단계를 지나고 5분만에 1차 팝핑이 오더라구요.
이때부터 꽤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것 같습니다.

3. 배출 실패

예전에 사용하던 eimoon 통돌이의 경우, 로스팅 종료 후에 모터를 정지한 후 달랑 들어서 쿨링 트레이에 부어서 사용했습니다.
그 버릇이 남아 있어 아무 생각없이 모터를 끄고 배출 레버를 올렸는데, 콩이 배출이 안되는 겁니다.
그 사이 콩은 2차 팝핑을 지나 연기가 마구 나는 단계가 되어 버렸습니다(주문한 배기 호스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거든요).
바보같은 짓을 하고 조금 지나서야 모터가 돌고 있는 상태라야 원두 배출이 제대로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라구요.
일요일 날 밤에 연기가 자욱하게 주방, 거실을 채워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 버렸네요.
다행히 소방서에 신고한 분은 없었는데, 저는 한참동안 집안 연기를 제거하느라 고생했습니다.

4. 샘플봉 방향

정신없는 상태를 수습하고, 타버린 원두를 다 치우고 나서 샘플봉을 빼 보았더니, 그 속에 생두 상태인 원두를 발견했습니다.
샘플봉의 스푼 부분을 위로 해둔 채로 생두를 투입하고, 로스팅을 진행한 탓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신경써야 할게 참 많군요.

로스팅 후의 감상

1. 스토브가 생각보다 화력이 정말 좋습니다.
2. 강제 배기 역할을 하는 팬과 체, 깔대기가 체프를 잘 걸러주네요.
외부로 떨어진 체프가 거의 없이 깔대기 안에 다 모였습니다. 이것 또한 다 모듈식이라 치우는 것도 간편했습니다.
3. 스토브 밑에 받침대에 체프가 조금 떨어져 있네요. 배출한 원두에는 거의 체프가 남아 있지 않았고, 주위도 깨끗한 상태가 유지됩니다.
4.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여러모로 세심하게 만들어진 로스터기인 듯 하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다음 로스팅은 꼭 성공해야지 하는 다짐을 가지고, 포스트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