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우리가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해야하는 모든 것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커피의 재배와 가공방식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책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블랜딩 커피에 대한 내용이 잠깐 나옵니다.
커피를 블렌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정하게 좋은 맛을 내기 위해서이며, 블렌딩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계획도 미리 세워야 한다는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싱글 오리진의 경우 한 원두가 소진되면 다른 원두를 구입하면 되지만, 블렌딩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로 그 맛을 내줘야 하니까요.
블루보틀에서 거래하는 농장주들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러스티 하와이 농장이 등장하네요.
코나 섬이 아닌 카우 섬에 자리잡은 러스티 부부가 단순히 자신의 농장만 관리하는 것이 아닌 지역 협동조합도 키워 나가며 지역사회와 같이 성장하고, 더 좋은 커피를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노력했고, 그 결과 대외적으로 카우 섬의 커피가 인정받게 되는 과정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로리가 한 말이 기억에 남네요.
“하와이 커피는 비싼 게 아니에요. 하와의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하는 커피들이 제 값을 못 받고 있는 것뿐이죠.”
커피를 생산하기 위한 세심한 작업들을 모두 생각한다면 사실 우리는 너무 싼 값에 커피를 먹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들여서 재배하고, 수확하고, 가공하고, 보관하고 운송하고, 통관 절차를 밟아 계약한 물류 창고로 배송된 커피가 블루보틀 로스터리 중 한 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우리는 커피 포대를 풀고 로스팅을 할 수 있다. – p.41
앞부분까지가 생산자의 몫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로스터리의 몫입니다.
로스팅에 대해서도 이 책은 세세한 기술적인 내용들 외에도 곳곳에 감성적인 설명들이 곁들여져 있어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납니다.
로스팅하는 날 아침 5시에 로스터리에 도착해서 로스팅을 준비하는 과정과 느낌으로 시작해서 로스팅의 각 과정들을 찬찬히 알려줍니다.
그리고, 48시간 이내에 로스팅한 원두만 판매한다는 블루보틀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이야기들이 나오지요.
에스프레소용으로 분쇄한 원두는 90초가 지나면서 커피의 활기가 떨어지고, 원두를 굵게 분쇄한 경우 20분~1시간 정도 향미가 유지된다고 하네요.
(제가 알기로 작년부터 블루 보틀에서 미리 분쇄된 커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처음 커피를 갈았을 때의 향미를 완벽하게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https://bluebottlecoffee.com/frequency/perfect-joins-blue-bottle)
집에서 오븐을 이용해 홈로스팅 하는 방법도 잠깐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로스팅을 했으니 커피를 맛봐야 겠죠? 우선 커피를 커핑하는 방법이나 간단하게 커핑에서 사용되는 향미 리스트도 간단히 설명하고 있네요.
커핑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제가 좋아라 하는 세레모니가 자주 퍼블릭 커핑을 진행하는데 세레모니에서 그들의 커핑 결과를 정리해서 책을 하나 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이후 커피를 맛보는 마지막 단계인 커피를 내리는 다양학 방식 – 에스프레소, 브루잉, 터키식 커피 등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콜릿에선 bean to bar, 커피에선 흔히 bean to cup 이라고 말하는 그런 과정의 완성인 셈이죠.


(그림이 너무 맘에 들어서 별 관계는 없지만, 넣어 보았습니다)
추신:
번역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 책이 술술 잘 읽힙니다. 특히 기술 서적이 아니라 블루보틀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책이라 어쩐지 읽으면서 기분도 좋아지는 느낌입니다.
사실 블루 보틀 크래프트 오브 커피의 영문판은 2012년에 처음 출간 되었습니다.
2012년에만 해도 우리나라에 소개된 커피 책들의 대부분은 추출법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이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한 주로 번역이 되어서 나온 책들도 대부분 일본의 책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관적 기억입니다).
제가 영문판의 이 책을 읽어본 것이 2014년 말 정도였는데, 그때 정도에는 번역이 되었어야 하는 책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이후 발간된 아틀라스 오브 커피가 에스프로, 에스프로프레스 등의 새로운 도구등을 소개하고 있는 것에 반해 발매 시기 탓인지 새로운 커피 추출 도구들에 대한 내용이 없는 점도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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