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터리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며,
제게 거의 첫사랑에 가까운 로스터리가 Ceremony Coffee Roasters였던 것 같습니다.
커피가 이렇게 볶일 수도 있구나, 이런 맛이 날수도 있구나를 느끼게 해준 로스터리이기도 하지요.
그후 여러 로스터리들을 경험해 보고 놀라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했었는데,
올해 처음 접하게 된 레드 루스터 로스터즈는 제가 세레모니 커피 로스터즈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곳인 듯 합니다.
세레모니의 설립에 2002년이고, 제가 접했던게 2013년.. 10년차에 접어든 중견 로스터리의 느낌이지요.
반면에 레드 루스터 로스터즈는 설립이 2010년이고, 이제 6년차에 접어든 로스터리입니다.
요즘 부쩍 주문이 잦아지며, 딴죽걸이님께 레드 루스터 커피 이야기를 하니,
딴죽걸이님이 한마디 하시네요.
레드가 맛집으로 치면, 청년의 맛집인거 같다고…
한참 때에 막 들어서 꽃이 피어나는 시즌의 로스터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콜롬비아 내추럴에 꽃혀서 워터애비뉴를 주문한지 채 1주일이 지나지 않았던 시기였지만,
우연히 둘러본 레드 루스터를 지나치기 힘들었던 것은 한가지 이유가 아니였습니다.
(그나저나 어디 콜롬비아 내추럴 있다는 소문 들리거든 꼭 알려주세요. 맛나요~ 더먹고 싶어요!)
하나는 커피리뷰에서 94점을 받은 콜롬비아 핑크 버번이고,
다른 하나는 레드가 만드는 배럴드였습니다.

우선 배럴드 이야기부터 꺼내보자면,
제가 사실 은근(아니 많이) 배럴드 매니아입니다.
세레모니에 처음 충격을 받았던 게 배럴드 시리즈 였던 탓이기도 하겠지요.
배럴드 시리즈 7번인 에티오피아를 처음 먹고,
배럴드 시리즈 중 가장 평이 좋았던 멕시코 산타 테레사 배럴드가 블랜딩으로 들어간 2013년의 Vintage Holiday,
워터애비뉴의 엘살바도르,
고스트 타운의 콜롬비아를 먹었거든요. ^^;
특히나 레드 루스터 로스터즈의 배럴드가 궁금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레드 루스터의 로스팅 스타일이 세레모니랑 가장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황홀했던 2013년 Vintage Holiday의 블랜드 구성요소인 멕시코 산타 테레사를 따로 생두로 사보기도 하고,
세레모니의 로스팅으로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어떤 원두가 가장 배럴드에 어울릴 것이라는 느낌이 대충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배럴드가 잘 어울리는 원두가 되려면
기본성향이 일단 강한 편인 원두가 낫다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여러 테이스팅 노트 중에서 다크 초콜릿 톤 혹은 견과류의 느낌이 강하면서 바디가 단단한 원두가 가장 잘 어울릴 거라고 감히 맘대로 판단해 봅니다.
생두를 겨우 2-3주 배럴에 둘 뿐인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무의 향기는 사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세레모니 BCS07번인 에티오피아나
워터애비뉴의 엘살바도르는 맛있긴 했지만,
어쩐지 커피가 술에 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술향 혹은 나무향이 커피를 압도해 버리는 느낌입니다.
반면 고스트 타운의 콜롬비아는 커피로선 꽤 마실만 한데,
반대로 뭔가 좀 덜 술향이 밴 듯한 느낌이 있었기도 합니다.
블랜딩의 구성으로 밖에 접해 보진 못했지만, 세레모니의 BCS02가 좋은 평을 받았던 이유는 베이스 원두인 산타 테레사의 기본 성향이 제가 이야기했던 견과류맛이 강하고, 산미는 적당하며, 바디가 좋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레드 루스터 로스터즈의 배럴드 커피는 브라질 내추럴 원두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좋은 브라질이라면 다크 초콜릿과 견과류의 느낌은 기본적으로 보통 가지고 있는데다
내추럴 가공방식과 레드 루스터의 기본 로스팅 스타일의 영향으로 산미도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는 살려주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주문을 했더랬습니다.
어제 퇴근하자 마자 마셔본 배럴드는 제 이런 기대들을 잘 충족해 주었습니다.
막 내렸을 때는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이, 식어가면서는 배럴로부터 스며든 강한 나무향과 술향이 치고 올라옵니다.
배럴드가 워낙에 호불호가 강한 가공방식이니, 리뷰에 너무 혹해서 덜컥 주문하시곤 욕하실까 살짝 무섭긴 하지만,
제게는 마음에 드는 배럴드였습니다.
아마도, 진하게 에스프레소 한잔 내려서 아이스크림에 살짝 끼얹어 먹으면 맛의 신세계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콜롬비아 이야기입니다.
커피는 과일의 씨앗입니다.
그래서, 기후가 다르고, 재배 형식이 다른 각국의 생두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가 사실 조금씩 다릅니다.
요즘 여기저기 맛난 콜롬비아가 제철입니다. 지르셔야 합니다.
커피리뷰에서 최근 94점을 받은 Colombia San Adolfo는 미국의 괜찮은 로스터리들이 많이 취급하는 카페 임포츠의 생두인 듯 합니다.
생두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카페 임포츠의 링크를 한번 구경하시면 됩니다.
레드 버번과 옐로 버번 종의 하이브리드 버전인 핑크 버번을 누가 과연 퍼뜨렸나를 탐구하는 카페 임포츠의 이야기가 주저리 주저리 적혀 있으니까요.
밤에 못 먹은게 못내 아쉬워 아침부터 부지런히 커피를 내려봅니다.
일단 커피를 갈때부터 “나 꽤 달다”라고 자랑스런 향을 내보내길래,
극한의 달달함을 기대하며 한입 입에 머금는 순간,
“어라? 요것 봐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 거 맞습니다. 그런데, 산미가 너무 재미나게 들어있네요.
카라멜 혹은 조청 느낌의 단맛과 함께
포도의 산미가 꽤나 강렬하게 올라오고, 보통 savory라고 표현하는 약간의 소금기느낌이 같이 올라오네요.
결론은 맛있습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요런 걸 드셔보면 좋을 듯 합니다.
레드 루스터 로스터즈의 콜롬비아 3종 세트 말입니다(저도 뭐.. 곧 지를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콜롬비아 덕후거든요).
부트스트랩과 세레모니에도 들어왔던 나랑호스,
산 아돌포 핑크버번,
아직은 저도 맛보지 못했지만 역시나 카페 임포츠 생두인 Primaveral
이 3종 8온즈 (220그램 정도) 씩 든 박스 세트가 35불에 판매되고 있네요.
Primaveral: Sugary, sweet lemon-lime. Tropical fruit and candied pecan with intense acidity and a smooth mouthfeel.
Los Naranjos: Tart lemon acidity with grapefruit caramel, stewed grapes, cola and savory fruit.
San Adolfo: Caramel, green grape and savory fruit and savory fruit with intense winey acid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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