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Water Avenue Coffee를 접한 건 한참 새로운 미국 로스터리를 찾는데 열을 올리던 2013년 가을 어느 때였던거 같습니다.

엘살바도르 파카마라 원두를 로스터리에서 직접 의뢰해서 프로세싱을 다르게 처리해 달라고 농장 측에 부탁해 3가지 방식으로 가공한 Gift Pack를 만들었더라구요.
호기심에 주문해 보고 깜짝 놀래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 맛을 잊지 못하고 2013, 2014, 2015 매년 그 시리즈를 주문해 먹었더랬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른 원두들도 몇개 맛보고 좋은 인상을 받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제 습관 중 하나가 좋아하는 로스터리에 어떤 원두들이 들어왔나 뒤적거리는 것인터라, 워터애비뉴에서 콜롬비아 내추럴을 발견하곤 바로 주문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콜롬비아 커피는 내추럴 프로세싱이 흔하진 않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의 경우도 에티오피아 만큼 내추럴 프로세싱을 많이 하는 나라가 없긴 하지만, 적어도 국가가 통제를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경우는 2013년까지 정부에서 프로세싱 방법 자체를 규제한 터라 콜롬비아 내추럴이 처음 시장에 나타난 시기가 2014년입니다. 규제가 풀리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농가들이 예전 방식을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을테니 내추럴 프로세싱 커피의 비중이 아마도 적을 거라 예상해 봅니다.
http://blog.coffeebaram.com/archives/870(콜롬비아 커피에 대한 정부 정책 내용이 궁금하시면..)
그 중 이번에 주문한 La Esperanza는 사실 콜롬비아에서 가장 큰 커피 농장입니다(조합은 아니고 소유주가 있으니 이렇게 말하는게 옳을 듯 합니다).
예전부터 Equator Coffee에서 독점 판매하는 Cerro Azul 게이샤도 이 농장의 작품이지요.
Cerro Azul이 게이샤를 재배하는 La Esperanza의 농장이라면, 또다른 이런 저럼 실험을 해보고 있는 농장이 Las Margaritas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레곤 지역의 비행기 사정 때문에 다소 늦게 배달된 택배상자를 어제 열어보고 “어랏?”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몇년간이나 유지되었던 다소 부실해 보였던 종이 커피백이 드디어 좀더 좋은 커피팩으로 변경이 되었더라구요.
진작에 바꿀 것이지 하고 구시렁 거리며 커피백을 만지작 거려보면서 오랫동안 가져왔던 워터 애비뉴 커피의 종이 커피백에 대한 의문이 풀렸네요.
요 커피 백은 바로 생분해가 가능한 백이었네요.
워터 애비뉴 측에서 그전에 다소 부실했던 종이백을 썼던 이유를 나름 유추해보며,
로스터리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번에 주문한 커피는 총 3종입니다.
1. 주 커피였던 콜롬비아 La Esperanza Natural
2. 예전에 마셨던 좋은 느낌 때문에 재주문한 과테말라 Santa Isabel
3. 커피 소개에서 보았던 Volcano란 단어에 호감도가 상승한 엘살바로르 Santa Julia

우선 콜롬비아 La Esperanza Natural은 정말 정직하게 말그대로 콜롬비아의 장점과 내추럴의 장점을 잘 버무린 맛입니다.

예전에 싱글 오리진 초컬릿 바를 먹고 초컬릿도 카카오의 원산지 별로 독특한 향과 맛이 있다는 걸 느끼고 놀랬던 적이 있는데,
이 콜롬비아는 그때 먹었던 싱글 오리진 다크 초컬릿 바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느낌입니다.
희미한 꽃향기와 스파이스 향이 담긴 초컬릿 느낌입니다.
과테말라 Santa Isabel은 사실 처음 먹는 커피가 아닙니다. 제가 재주문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맘에 들었던 커피였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찾아보니, 2012년 과테말라 COE에서 El Injerto, >El Socorro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농장이기도 합니다. 농장 설립도 19세기(1875년)였네요. >커피 리뷰에서도 꽤 좋은 점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산미는 살짝 양념처럼 올려져 있고, 단맛은 깊고, 촉감은 부드러운 커피입니다.
막연한 호감으로 주문한 엘살바도르 Santa Julia도 제 기대를 충족했던 커피였습니다. Santa Julia는 최상급 원두만을 쓰는 스웨덴 드랍 커피에서도 취급한 적 있는 농장입니다. 이 농장의 두 주종인 레드 버번과 파카마라 중 워터애비뉴는 레드버번을 택해 로스팅을 했네요.
마셔보니 무언가 떠올리게 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일리 모노아라비카 시리즈 중 가장 좋아했던 아이딜리움(idillyum) 에서,
그 후 간간히 엘살바도르 일부 커피들에서 느껴졌던 코나스러움이라고 해야할 느낌이 이 커피에도 살아 있습니다.
무엇이라 딱 꼬집어 정의하긴 힘들지만,
화산재 토양 위에 자란 커피에서 느껴지는 아득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말랑말랑한 단맛과 사과 느낌의 산미 한조각, 그리고 아득하고 깊은 느낌의 바디가 잘 조화를 이루는 느낌의 커피였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오늘 리뷰를 적으려고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세 커피 모두 리스트에서 없어졌네요.
커피는 역시 아무리 많아도 주문하려는 마음이 들었을 땐 질러야 하는 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