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레드 루스터의 리뷰를 올린 건 이 커피를 소개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커피리뷰를 방앗간처럼 들락거리다 보면 자주 보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그런 로스터리가 눈에 띄면 주문해 보기도 하는데, 아직은 인연이 없었던 버드락 커피 로스터즈의 커피가 9월 리뷰에서 96점을 받은 것을 포착했습니다.
일단 딴죽걸이님께 기본 로스팅 경향을 살짝 여쭤본 후 들뜬 기분으로 주문하고 지난주 화요일 제게 온 커피입니다.

추석 기간을 피하느라 새 원두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기도 한 터라 설레는 마음으로 개봉했는데,
일단 맛을 볼 필요도 없는 향이 먼저 밀려들어옵니다.
이런 향이 나는 커피가 맛이 없는 건 말이 안되는 거니까요. ^^
열대과일 향기가 일단 그라인딩 내내 코를 즐겁게 해주고,
내려진 커피는 말 그대로 생두의 힘이 느껴지는 맛입니다.
같은 원두라도 얼마나 다른 맛으로 로스팅할 수 있는 지는 익히 알고 있는 바이지만,
이정도 급의 커피라면 사실 어떻게 로스팅해도 맛 없기 힘든 수준이 아닐까 합니다.
신선한 피스타치오의 고소함과 향에서 느껴지는 망고의 느낌이 그대로 녹아든 단 맛이 먼저 마중을 나오고,
상큼한 산미가 뒤를 따라 옵니다.
여러가지 맛이 복합적으로 잘 어우러지면서도 각각의 느낌이 흐트러짐이 없이 깔끔한 그런 커피입니다.
없어지기 전에 한번쯤 꼭 드셔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다만 이 커피의 앞뒤로 먹은 커피들을 어쩐지 맛없게 만들어 버리는 느낌이 있는 터라 그건 좀 슬프네요.
화면에 보이는 엘살 파카마라 내추럴도 꽤나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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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락 커피 로스터즈는 2008년 설립된 로스터리로 내년이면 10년이 되는 중견 로스터리입니다.
(버드락이란 이름은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 있는 해변 입니다).
2012년 로스트 매거진의 올해의 로스터리를 비롯해, 커피 리뷰에서도 연말 Top 30에 여러 커피들을 올리기도 한 단골입니다.
패키징도 꽤나 흥미로웠는데, 제가 본 것 중 가장 글이 많은 패키징이 아닌가 합니다.
앞 뒤도 모자라 사이드에도 꽉꽉 글들을 채워 두었으니, 문자 중독인 분들에겐 소일거리가 될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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