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말로 때우는 비머 체험 후기입니다.
후기로 멋진 사진들을 올려주시는 터라, 저는 제 특기를 살려 말로 때워보기로 하겠습니다.
(왜냐고요? 저는 사진을 잘 못 찍으니까요. ^^; 사진 찍었는데, 안 이뻐요. T_T)
1.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
집에 중국제 통돌이를 가지고 있는 터라 비교도 해볼 겸 해서,
생두를 조금 챙겨서 룰루랄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엑스포 장으로 향했습니다
(회사에 홀로 고생하는 팀원을 남겨두고 말입니다. 그 게이샤 좋아하는 친구요. 그 친구덕에 온갖 게이샤를 마셔보는 호사를 누리는데… T_T).
일단 엑스포 장소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 1차로 놀랩니다.
뭐야, 오늘 평일인데 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이리저리 둘러보기 신공을 발휘해 스윽~ 둘러보니 접수대가 한곳이 아니더군요.
주욱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뒤로 하고, 한산한 접수대로 가서 쾌적한 입장을 합니다.
(저는 요기 줄 안섰습니다. 히힛..)

어쩐지 시작부터 기분이 좋네요.
엑스포장 안은 생각보다 무지하게 넓습니다
(서울에 근 반 년만에 와보는 성남시민은 어리둥절합니다).
일단 기센코리아의 부스가 어디인지를 찾아야 해서 안내책자부터 들고 열심히 찾아봅니다.
생각보다 깊숙한 곳에 있군요.
평소 하루 걷기 시간이 30분 미만인 제가 잘 찾아갈 수나 있을까요?
어쨌든…
생각보다 북적거리는 엑스포장을 지나지나 기센코리아에 도착하니, 커피가 익어가는 냄새가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어리버리 서있으니, 친절한 기센코리아 담당자분들이 사사삭 로스팅 할 콩들을 세팅해 주시고 저는 이내 수다 모드로 돌입합니다.
전에 공구를 했던 인연 때문인지 일부러 저 만날려고 기다리셨다는 시엘로 님을 만나 신나게 수다를 떨어봅니다.
그리고, 통성명은 안했지만 눈치로 bangkokjikim님 분명한 분과도 대화를 나눕니다.
먼저 로스팅을 하고 계셔서인지 그사이에 쌓으신 팁을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두분 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 듯 합니다.
기센코리아에서 제공하는 두가지 종류의 콩과 제가 가지고 간 생두까지 3번의 로스팅을 마치고,
덤으로 옆의 이쁜 모카마스터 시연도 한번 구경하고, 곧 나올 모카마스터 컵원(1인용 모카마스터)의 귀여운 자태도 한번 감상하고는 이제 다른 곳을 즐기러 가보기도 합니다.

연속되는 로스팅에 지칠만도 한데, 기센코리아 분들은 연신 콩 세팅해주시고, 설명해 주시고, 날린 체프들 청소해 주시고 무척 감사합니다.
글을 통해나마 감사의 말을 다시 전합니다.
그리고, 두리트레이딩 앞에 가서 서성이다 리마르쪼꼬님께 발견되고..
(우찌 미남자 리마르쪼꼬님을 한번에 못알아 봤나 몰라요. 서울 너무 오랜만에 올라가서 그냥 어버버 상태였습니다. ^^;)
몬스터로스터즈의 뎀프시롤을 에쏘로 홀짝 한 잔 하고는 꼭 한번 주문해서 먹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한국커피에 가서는 누군지도 모르고 일단 맛난 에쏘를(제가 집에서 내리면 들쭉날쭉 해서 맛난 에쏘가 그리워요~) 감사하 받아듭니다. 낯가림을 하는 성격이지만, 한국커피에는 분명히 준바리스타 님이 계실테니 호기심에 용기내어 제 정체를 밝힙니다.
아, 바로 그 맛난 에쏘를 내려주시던 분이 역시나 준바리스타님이 맞으셨군요.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한번 꼭 한국커피 놀라가서 맛난 라떼 얻어먹을 거에요~
궁금했던 엘로치오도 구경하고, 맛난 라떼 한잔 받아들고 나머지 장소들을 둘러 봅니다.
오후에만 나와서 그런지 다소 짧은 관람시간에 급하게 돌아다니기만 했는데, 다음에는 하루를 완전히 쓰는 일정으로 느긋하게 둘러봐야 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2. 비머에 대한 느낌
여기까지는 소소한 커피 엑스포에 대한 감상평이었고, 이제 비머를 보며 느꼈던 점을 살짝 정리해봅니다.
제가 느낀 비머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점>>
1. 편하다
이건 통돌이나 기타 직화식 로스터를 쓰시는 분들은 아마 다 아실만한 내용입니다.
비머의 경우 실제로 로스팅은 생두를 넣고, 로스팅 종료 후에 꺼내면 되기만 할 정도로 간편합니다.
로스팅 프로파일도 기본으로 다섯가지를 제공하니 일단 그 로스팅 프로파일로만 세팅해서 생두를 이리 저리 로스팅 해보기만 해도 로스팅 프로파일에 따라 어떤 식으로 콩이 볶아지는지 감을 잡으실 수 있을 듯 합니다.
2. 깔끔하다
로스팅 시에 일단 연기가 놀랄만큼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체프의 경우도 로스터 외부로 빠져나오는 양이 현저히 작네요.
같이 사는 가족들의 구박을 그나마 훨씬 덜 받을 수 있는 이쁜 녀석이라고 할 수 있겠죠.
3. 쓰기에 따라 충분히 재미나게 쓸 수 있다
기본 로스팅 프로파일을 충분히 파악하신 후에는 각 로스팅 프로파일을 변형시킬 수 있는 버튼들이 있어 충분히 변형이 가능합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도구는 사람이 쓰는 물건입니다. 사용하는 사람이 연구한다면 도구는 훨씬 더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단점>>
1. 쿨링 시간이 길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 대로 쿨링 시간이 10분에 달하는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집에서 팬을 이용해 쿨링을 하는 경우는 일단 열원에서 콩을 분리한 후 빠르게 쿨링이 이루어지니 보통 실온으로 떨어지는데 2~3분이 걸리지 않습니다.
현재의 디자인은 긴 쿨링시간의 결과로 나타나는 추가로스팅 현상을 피하기 어려울 듯 해보입니다.
쿨링 시에 체프가 밖으로 빠지지 않으면서, 보다 빠른 쿨링을 도와주는 장치가 필요할 듯 합니다.
예를 들면, 전면 유리창 앞에 촘촘한 메시판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게 해서 체프는 빠지지 않으면서도 쿨링 시에 자연적으로 배기가 빨리 되게 하는 건 어떤가 생각해 봅니다.
2. 커피콩의 색깔이나 냄새를 확인하기 어렵다
연속적으로 배치를 돌리다 보니, 앞의 확인용 유리창에 간혹 서리가 끼기도 하는데다 조명색 탓인지 실제 콩의 색깔보다 다소 어두워 보이는 느낌입니다.
탁월한 제연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덕에 원두 로스팅에서 일어나는 단계별 냄새의 세부적인 느낌들이 다소 줄어드는 느낌이네요.
로스터기 내부의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부가 없는 점도 다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3. 비머로 볶은 원두 확인해보기
집에서 자주 볶았던 생두를 들고가 비머로 볶아 그 맛이나 원두의 상태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사용원두: Sweet Maria, Rwanda Kivu Kanzu
비머로스팅
사용 프로파일: P1
열원: 전기
예열시간: 모름
1팝까지의 시간: 12분 가량
쿨링 시작 시간: 팝핑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리기 시작한 후 약 1분 후
쿨링 소요 시간: 10분
통돌이로스팅
사용 프로파일: 초말표 대충 로스팅 프로파일, 수분 날리는 동안은 최대 화력으로 2분 정도 유지, 이후 중불로 유지함(원래는 온도 확인을 위해 적외선 온도게를 사용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불조절하기 귀찮을 때는 그냥 요렇게만 합니다)
열원: 가스불
예열시간: 15분
1팝까지의 시간: 7분 30초
쿨링 시작 시간: 팝핑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리기 시작한 1분 후 열원 스위치 내림, 약 1분간 통돌이 내부에 원두를 남겨두고 계속 통을 돌림
쿨링 소요 시간: 꺼내서 쿨러에 붓는 데 약 1분 소요, 이후 약 3분 쿨링
로스팅 결과물 사진입니다.
비슷한 정도이 색깔이고, 단면을 잘라 보아도 우려했던 것처럼 길어진 쿨링 때문에 속만 새까맣게 타거나 이런 증상이 나타나진 않네요. 물론, 집에서 통돌이로 한 것과 비교하면 육안으로 보기에는 외부의 색깔에 비해 비머로 로스팅한 것들이 다소 짙은 내부 색깔을 보여주긴 합니다.
왼쪽 원두들이 비머, 오른쪽 원두들이 통돌이로 로스팅한 원두들입니다.

<<시음 후기>>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이니, 참고로만 하시면 됩니다.
1차
에스프레소로 내리기엔 적당한 로스팅 정도가 아닌데다 아직 며칠 지나지 않은 원두들이라,
우선 13그램씩을 사용해 에어로프레스로 내려 두가지 원두의 맛을 보았습니다.
비머의 경우 단맛이 우세하며 좀더 입안에 꽉 들어차는 맛을 보여주며,
통돌이는 짜릿한 산미가 강조되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2차
드립으로 인한 편차를 줄이기 위해 보나비타 자동 머신을 이용해 다시 맛 비교를 시도했습니다.
사용한 원두의 양은 18그램, 사용한 물의 양은 약 200ml, 추출된 커피의 양은 150ml 정도입니다.
에어로프레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특징을 보여주네요.
비머의 경우, 초콜릿 맛이 먼저 다가오고, 그 안에 배의 산미(좀 이상한가요? 그런데, 제 느낌이 그렇네요. ^^;) 가 살짝 곁들여진 느낌의 커피이고,
통톨이의 경우, 우선 시트러스 계의 산미가 먼저 다가오고, 그 후에 메이플 시럽(혹은 물엿) 류의 단맛이 올라오는 느낌의 커피가 됩니다.
같은 원두이고, 겉으로 보기엔 비슷한 정도로 로스팅되었으나 총 로스팅 시간의 차이등이 이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 사실 놀랍네요.
이래저래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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